인력계획의 핵심 포인트 

17 1월 2023

많은 기업이 여전히 인재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 1,300 여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절반가량의 CEO가 사업 추진을 위해 직원을 5~8%까지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반면 긍정적 예측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역량을 지닌 인재확보가 쉽지 않아 사업 추진이 걱정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타냈다. 국내 기업도 사정은 마 찬가지다. 많은 기업이 해외 진출, 사업 다각화, 신규사업 추진 등 저성장 극복에 힘을 쏟고 있다. 의욕적인 사업만큼 이를 추진할 인 재수요도 뒤따르고 있다. 특정 산업에 관계없이 스카우트 전쟁이 벌어질 정도다. 흥미로운 점은 증가하는 인재수요에 비해 현재 직 원은 물론 새로 영입한 직원의 역량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치는 현실 이다. 한 대기업 인사 임원은 신규사업을 하고 싶어도 마땅한 인력 이 없습니다. 회사가 추진하는 방향에 맞는 참신하고 능력 있는 사 람을 찾기란 쉽지 않죠. 이런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라며 악 화되는 ‘스킬 갭(Skill Gap)’ 상황을 걱정했다. 스킬 갭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과 현재 구성원 간의 역량 수준이 맞지 않는 상태 로, 스킬 갭이 커지면 직원은 많지만 쓸 만한 사람이 없는 ‘인재 패 러독스(Talent Paradox)’ 현상으로 이어진다.

숫자가 아닌 통찰

‘쓸 만한 인재 찾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출발점으로 인력계획이 주목받고 있다. 인력계획이란 특정한 목적 달성에 필요 한 인력수요를 예측하고, 해당 인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준비하는 활동이다. 초기 인력계획은 경영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라는 가정하에 현재 직원 수(Headcount)가 적정한지 파악하는 데 힘썼다. 주로 업 무에 투입되는 시간을 조사해 업무량 대비 직원 수가 많거나 부족 한지 판단하는 일이다. 이런 접근은 언뜻 과학적으로 보이지만 실 제 업무량 조사를 해보면 업무성격과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업무 시간이 좌우되어 결과가 부정확하기 일쑤다. 업무시간을 잘 파악해 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업무량 기반 인력산정은 FTE(Full Time Equivalent)라는 단위로 계산된다. FTE는 필요한 업무시간을 표준 업무시간으로 나눈 값으로, FTE가 1이면 직원 1명이 필요하단 의 미다. 문제는 FTE가 소수점 단위로 산출되는 데 있다. 1.2 FTE는 몇 명이 적정인원일까? 반올림해서 1명이라 적정인원이라면 1.5 FTE 도 1명이 필요한 걸까? 같은 논리로 1.6 FTE는 2명이 필요한데 1.5 FTE와 1.6 FTE는 1명의 추가인원이 필요한 만큼 큰 차이일까? 인 적자원은 물건처럼 쪼갤 수 없다. 지나치게 산술적으로 접근하면 인력수요(FTE)-공급(명) 단위가 맞지 않아 딜레마에 빠진다.

인력계획은 연속적인 프로세스

‘환경이 안정적이다’라는 가정하에 세워진 인력계획은 현실을 제대 로 반영하기에 무리가 있다. 특정 시점에 파악한 적정인원은 그 순 간이나 단기간에만 의미를 가진다. 사업방향, 조직, 업무영역, 업무 수행자 등 어떤 부분이 조금만 변해도 산정된 수치는 더 이상 적정 인원이라 하기 어렵다. 상황이 바뀔 때마다 매번 업무량을 다시 파 악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인력계획은 일회성 이벤트가 되 기 십상이다. 물론 매년 적정인원을 파악하는 기업도 있지만 실상 은 구색을 맞추기 위해 동일한 양식을 배포하고 취합하는 정도다. 팀 인원을 취합해 본부 인원으로, 본부 인원을 모아 회사 전체 정원 을 만드는 식이다. 이런 기계적 접근은 엄밀히 말해 인력계획이라 기보단 인력산정, 더 정확히는 정원(T/O)산정이다. 인력계획은 시간 프레임에 따라 전략적, 운영적, 전술적 활동으로 나뉜다. 운영적 활동은 년 단위 예산계획과 밀접히 연계되어 ‘현재’ 시점에 적정인원이 몇 명인지 파악한다. 파악된 적정인원은 당해년 도 인건비에 반영된다. 회사 전체 인건비를 파악해야 하니 특정 조 직이나 직무가 아닌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다. 전략적 활동은 운영 적 활동보다 긴 시간 축을 가진다. 현재보단 ‘미래’에 초점을 두고 전략실행에 필요한 인력수요를 예측한다. 모든 직원이 아닌 사업실 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인력이나 포지션이 대상이다. 일반적으 로 이런 인력은 즉각적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1년 이상의 타임라인 으로 접근하는 편이다. 마지막 전술적 활동은 인원감소나 업무변화 로 생긴 공석과 불균형 메우는 대응적 움직임이다. 준비된 계획을 실행하는 게 아니라 예기치 못한 상황에 수시로 인력을 찾고 선별· 배치하는 스태핑 활동에 가깝다. 정규직뿐만 아니라 임시직과 아웃 소싱 인력까지 관리범위가 넓은 특징이 있다. 한번 하고 마는 정원파악은 인력계획의 모든 시간 프레임을 품을 수 없다. 운영적 활동 이상의 가치를 가지지 못한다. 조직은 상황변 화에 따라 언제라도 사업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 예기치 못한 인원 감소와 업무공백도 수시로 발생한다. 일년에 한번 하는 적정인원 파악으로는 사업실행 지원은 물론 상시적 인력운영에 시의적절한 도움을 주기 어렵다. 정해진 일정에 얽매이지 않고 전략·전술상 중 요 ‘변화’가 발생할 때마다 그 영향을 반영하는 프로세스가 인력계 획의 진짜 모습이다.

핵심직무군(Pivotal Role)에 초점

인력계획이 전략·전술상 중요 순간마다 행하는 상시 프로세스라 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업무량 중심의 인원산정을 벗어나기 시작했 다. 변화의 핵심은 인원 증감에 영향을 주는 ‘인력동인(Workforce Driver)’에 초점을 두고 인력계획을 접근한다는 점이다. 인력동인 을 통한 인력수요 예측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과거 데 이터를 통해 인원수-인력동인간 비율이나 관계식을 설정해서 필 요인력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콜센터 월 고객상담 전화 (인력동인)가 10만건인데 직원 1명이 월 평균 1천건의 상담전화를 처리한다면, 100명(10만÷1천)의 콜센터 인력이 필요하다고 계산된 다. 또 다른 방법은 인력동인을 경쟁사나 특정 벤치마크 수치에 비 교하여 필요인원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회사의 매출 목표가 1,000 억이고 경쟁사 영업사원 인당매출액(인력동인)이 1억인 상황을 가 정해 보자.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경쟁사만큼의 인당매출액을 달 성하고자 한다면 1,000명(1,000억÷1억)의 영업사원이 필요하다고 산출된다. 인력동인 중심의 인력계획은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인력수요를 예 측하는 측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기업에서 이를 활용할 때 여전히 ‘전략적’이지 못한 모습이 발견된다. 상당수 인사 담당자는 어떤 경우든 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필요인력을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인력수요 예측이 필요치 않거나 인력동인 파악이 쉽지 않은 조직(직무)까지도 무리하게 인 력계획에 포함하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전사관리 차원에서 모든 조직이나 직무에 대해 인력계획을 수 립할 순 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 모든 직무를 전략적으로 바라 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언제든 손쉽게 채용할 수 있거나 순환배 치를 통해 대체가 수월한 직무까지 많은 시간을 들여 인력계획을 하는 것은 전략실행과 성과향상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 히려 인력계획의 초점을 흐리고, 데이터 수집·분석에 쓸데없는 시 간을 허비하게 된다. 정말로 초점을 맞춰야 할 부분은 ‘사업전략 실 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무’, ‘충원하기 어려운 직무’, ‘앞으로 요 구되는 역량에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될 직무’다. 이를 인력계획에서 는 핵심직무군(Pivotal Role)이라 부른다.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사 업환경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선제적으로 변화를 예측 하고 이에 요구되는 핵심직무군에 초점을 맞춘 인력계획이 필요한 이유다.

양보다 질

핵심직무군이 얼마나 필요한지 잘 파악했다고 인력계획의 역할을 다했다 안심하긴 이르다. 인원수 산출만으로 끝나는 인력계획은 스 태핑 활동을 가이드하는데 한계가 있다. 몇 명이 필요한지만 말해 주고 어떤 인적요건이 필요한지 알려주지 않으면 인력 확보·육성 활동은 표적을 잃은 화살이 되고 만다. 인력수요 예측이 진정한 가 치를 발휘하려면 스태핑 활동과 연결되는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인력계획은 200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전략’과 만나기 시작한 다. 이른바 SWP(Strategic Workforce Planning) 전략적 인력계획 이다. SWP가 기존 인력계획과 다른 결정적 차이는 인력수요 파악 에 있어 인력 수뿐만 아니라 질적 측면(인적요건)을 함께 고려한다 는 점이다. 향후 스태핑에 대비해 ‘어떤 요건’을 갖춘 사람이 ‘얼마 만큼’ 필요한가를 파악하는 게 핵심이다. 업무량이나 인력동인에서 시작하는 인력계획은 사람의 질적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양적으로 만 접근하는 한계가 있다. 몇 명이 필요하단 결론은 나오지만 어떤 전문성, 역량, 성공경험이 필요한지는 알 수 없다. 인적요건이 명확 하지 않으니 어떤 인력을 확보할지, 어떻게 육성할지 갈피를 못 잡 는다. 서두에 언급한 스킬 갭과 인재 패러독스 현상도 인력 수뿐만 아니라 인적역량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SWP에서 중요한 것은 양 (量)보다 질(質)이다. SWP의 궁극적 목적은 사업전략 실행에 필요한 핵심직무군을 선제 적으로 파악하고 원활히 공급하는 데 있다. 따라서 그 출발점은 비 즈니스다. 우선 사업전략을 인적자원 측면에서 해석한다. 이 단계 에서 핵심직무군을 정의하고 필요요건을 명확히 한다. 필요 인원수 예측은 그 다음 일이다. 인력공급은 현 인원에 채용 및 퇴직 추이를 감안하여 예측한다. 마지막으로 과부족을 어떻게 메울지에 대한 장 기방안을 수립한다.

인력계획의 ‘왜’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은 ‘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영사상 가로 유명하다. 대부분 기업은 ‘어떻게’나 ‘무엇을’에만 신경 씁니 다. 그러나 리드하는 힘은 ‘왜’입니다. ‘왜’는 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고 영감을 북돋아 주니까요. ‘왜’에서 출발해 ‘어떻게’와 ‘무 엇’으로 나아가야 합니다.”라며 ‘골든서클(Golden Circle)’ 개념을 제 시한다. 종이에 크기가 다른 세 개의 동그라미를 그리는데 작은 동 그라미를 그린 뒤, 그 동그라미를 포함하는 더 큰 동그라미를, 마지 막으로 두 동그라미를 품는 가장 큰 동그라미를 그린다. 가장 안쪽에  있는 동그라미가 ‘왜’이다. 중간 동그라미는 ‘어떻게’, 제일 바깥 쪽 동그라미는 ‘무엇을’이다. 성공적으로 일을 추진하려면 가장 안 쪽 동그라미인 ‘왜’에서 시작해 중간 동그라미인 ‘어떻게’와 가장 큰 동그라미인 ‘무엇’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그가 말하는 골든서클 개념이다. 

골든서클에 빗대어 인력계획을 설명하자면 ‘왜’는 인력계획의 목 적, 즉 전략실행이다. ‘어떻게’는 업무량 분석, 회귀분석 같은 인력계 획 방법론이고, ‘무엇을’에 해당하는 것은 인력수요, 스태핑 방안 등 과 같은 인력계획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기업들은 대체로 인력계 획을 ‘어떻게’ 할지와 ‘무엇을’ 산출해야 할지는 잘 알고 있다. 반면 ‘왜’ 하는지는 종종 잊어버린다. 처음 인력계획을 시작할 때는 ‘왜’에 집중하는 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핵심을 잃어버리 고 ‘왜’에서 벗어나 버린다. ‘왜’를 잃어버린 인력계획은 오해와 잘못 된 관행으로 얼룩진다. 숫자 이면에 숨은 통찰을 찾기보단 미리 설 정한 인원수가 나오게끔 이리저리 숫자를 맞추는데 골머리 썩는다. 하고 싶지 않은 연례행사로 형식적인 양식 채우기에 급급하다. 모 두를 통제하려는 마인드로 복잡한 수식과 데이터에 허덕인다. 양적 인 인력수요만 산출할 뿐 행동을 가이드할 정보가 없다 보니 필요 인원 계산만 되풀이한다. 인력계획은 ‘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왜’를 알면 ‘어떻게’ 할지와 ‘무엇을’ 산출하지는 자연스레 따라온다. ‘왜’를 모르는 인력계획은 복잡하다. 적합하지 않은 방법을 사용하고 의미를 잃어버린 수식과 데이터에 허덕인다. 반면 ‘왜’를 아는 인력계획은 단순하다. 그리고 힘이 있다. ‘어떻게’ ‘무엇을’ 만들지 명확해져 괜한 힘을 빼거나 시 간 낭비하는 일을 줄인다. 인력계획의 오해에 빠지진 않았는지 돌 아보자. 형식적인 정원산정을 하고 있다면, 산출된 숫자가 거짓인 지 의심된다면, 지나친 지표와 수식이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면, 몇 명이 필요한진 알아도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혹시 그 렇다면 인력계획의 진실로 돌아와야 한다. 진실로 향하는 골든서클 열쇠는 인력계획의 ‘왜’에 있다.

출처 : Start with Why, Simon Sinek (2011)
저자(들) 소개
김주수

머서코리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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