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중심에서 전문성 중심으로 재편 일·스킬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출발점 

28 2월 2023

코로나 터널 이후…'스킬' 중심 사회 온다

경영 환경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최근 기업은 DT(Digital Transformation) 기반의 4차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글로벌 경쟁 심화, 저성장 등의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지난 2년여간 코로나 팬데믹은 그 불확실성을 더욱 가중시켰다.

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다양한 변신을 추진해왔다. 인재 관리 측면에서 살펴보면, 경제 성장기인 1990년대는 ‘역량(competency)’ 중심 HR(인사 관리) 체계로 전환해 급성장하는 비즈니스에서 필요한 인재를 적기에 공급했다. 역량은 성과 창출과 관련된 고성과자에게 나타나는 특성이나 행동으로, 구성원 관리·육성의 기반이 됐다.

2000년 이후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변화는 DT를 통한 IT 중심으로의 산업 재편이었다.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나가는 과정이었고, ‘전문성(Expertise)’ 체계가 새롭게 형성됐다.

하지만 ‘전문성’보다는 ‘전인적(全人的)’인 관점에서 인재를 찾고 관리하던 관행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고, ‘재택근무’라는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반강제적’으로 정착됐다. 최근 재택근무를 경험한 국내 기업 임직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재택근무를 막상 해보니 처음에는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일이 잘 돌아가더라”는 것이다. 일부는 “재택근무를 도입하며 오히려 생산성이 더 좋아졌다”고 말한다. 각자 맡은 업무를 전문성 있게 수행하면 굳이 함께 일하지 않아도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는 뜻이다. 전문성에 기반한 일의 분배와 협업이 급변하는 환경에 더욱 유연하게 대응하는 핵심 경쟁력이 된 것이다. 그동안 미뤄왔던 전문성 기반 체계가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온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전문성 기반 인사 관리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하다. 과거 사람 중심으로 운영했던 기업은 일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는 데 공을 들이지 않았다. 일을 잘 정의한 뒤 일에 맞는 사람을 배치하기보다, 어떤 일이든 잘하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형태였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했고, 일이 정의되지 않으니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을 배치하기가 어려웠다.

전문성 기반 체계에서는 일과 기술(스킬)에 대한 정의가 전제돼야 한다. 해당 직무에 요구되는 전문성을 스킬이라는 관점에서 재정의하고 이를 토대로 인력을 운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각광받는 리스킬(Reskilling·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것)과 업스킬(Upskilling·기술 수준을 높이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다. 다양한 부서에서 여러 사람이 모여 각자의 스킬로 협업하고 소통하는 방식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적응하는 데 유리하다.

사람 중심 인사 관리가 익숙한 국내에서 ‘스킬’ 기반으로 전환은 시기상조라고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분명 스킬을 직무나 업무에 정확하게 매칭하고, 이에 맞춰 인력을 확보·육성한다면 미래 환경에 적응력을 갖춘 보다 경쟁력 있는 조직이 될 것이다.

저자(들) 소개
천장현

머서코리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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