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미래와 HR 과제 

01 3월 2023

미래는 언제나 관심 높은 주제다. 때문에 많은 연구기관은 매년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를 쏟아낸다. 실제로 최근 20년간 미래 관련 맥킨지 컨설팅 연구는 9천 건이 넘는다.

HR 분야에서도 일의 미래(Future of Work)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높은 관심만큼 그 예측과 우려도 다양하다. 기계가 일하는 세상이 도래해 사람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 경고하는가 하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스킬셋이 필요하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정규직은 점차 줄어들고 이를 긱워커(Gig Worker)와 같은 플랫폼 노동자가 대체하리라 예측하는 한편, 사무실 없이 원격으로 일하는 세상을 예측하기도 한다.

한편, 일의 미래에 대비하는 기업들의 움직임을 보면 그 관심도에 비해 소극적인 모습이다. 일의 미래 분야의 석학 제프 슈월츠(Jeff Schwartz)는 기업들이 미래를 준비할 때 어디에 초점을 두는지를 연구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일 자체를 새롭게 검토하거나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하는 기업은 29%뿐이었다. 64% 기업은 기존 업무를 그대로 두고 비용을 줄이거나 업무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기존에 하던 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지에 초점을 두고 자잘한 개선에 머무른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병 대유행을 거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들의 모습은 진일보했다. 기존에 하던 일을, 기존에 하던 사람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것인가라는 최적화 관점에서 일과 사람, 그리고 일하는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하는 일을 되돌아보고 불필요한 일은 없애는가 하면, 새롭게 부상하는 일의 영역을 재설계하고 있다. 일하는 주체도 조직 내 구성원이 수행한다는 기본 전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고용방식을 활용해 외부 전문가를 수시로 활용하는가 하면, 기계의 힘을 빌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재택근무나 모바일 오피스 등 일하는 방식을 다양화하는 데도 팬데믹 과정을 거치며 자신감을 얻은 모습이다.

미래의 일과 사람, 일하는 방식

그렇다면 앞으로 마주할 일과 일하는 주체,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변화할까? 인공지능, 빅데이터, 머신러닝,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가상현실 등으로 대변되는 디지털화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완전히 뒤바꾸고 있다. 특히 기업에서 일어나는 일의 상당 부분은 기계가 대체하거나, 전혀 다른 스킬이 필요한 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한 ‘일의 미래 연구’(Future of Jobs Survey)에 따르면 제조업 업무의 14%는 기계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한다. ICT산업은 이 수치가 18%에 이른다. 큰 폭의 스킬 변화가 예상되는 일도 44%에 달할 것으로 본다.

사람을 채용하고 업무를 부여하는 상황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 우리는 직무와 직무담당자라는 기본 전제하에 직원을 채용하고 업무를 부여했다. 디지털화와 탈중계화는 이러한 인력 관리와 업무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많은 연구에서 공통으로 예상하는 변화는 일이 직무의 세부 단위인 과업으로 ‘파편화’되면서 과업 단위로 고용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서로 다른 직무의 과업들이 결합하는 일의 ‘융합화’도 가속화되리라 예상한다.

일에 대한 구성원의 가치관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100세 시대 도래, 평생직장 붕괴 등은 구성원의 가치관에 변화를 주는 계기로 작용한다. 국내 직장인의 이직 의도를 조사한 2020년 결과를 보면 10명 중 7명은 좋은 이직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수락하겠다고 답했다. 좋은 이직기회는 곧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경력개발 기회라는 인식이다. 직장 생활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도 ‘나 자신이 성장하는’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제는 ‘회사에 다니는 나’가 아닌 ‘전문가로서의 나’를 추구하는 모습이다. 회사에 대한 몰입에서 경력에 대한 몰입으로, 회사를 고용주를 뛰어넘어 성장의 파트너로 바라보고 있다.

일은 ‘지시받는 것’에서, ‘요구하는 것’이다 라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자신의 업무를 본인이 직접 모색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 범위 역시 사내외 경계 없이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전통적인 관점의 경력개발은 잡포스팅(Job Posting)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조직에서 특정 직무나 프로젝트에 사람이 필요하면 사내에 공모하는 방식이다. 잡포스팅은 내부인력에게 새로운 업무에 도전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반면 여전히 개인이 아닌 조직 주도로 경력개발이 이루어지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부서별 인력 공석과 그 직무를 수행할 구성원이 갖추어야 할 요건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를 통해 본인의 경력목표를 직접 탐색하고 찾아가도록 도와준다.

최근 들어서는 단순 부서이동 외에 프로젝트, 애자일 조직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경력을 쌓기를 선호하는 구성원이 늘고 있다. 더불어 회사 밖에서 일어나는 경력개발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N잡러, 멀티커리어즘 같이 하나의 일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직업을 추구하는 이들이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정년 없는 일자리에 관심이 높아지는 한편, 즐기면서 일하는 직업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고부가가치 업무에 인력을 매칭하는 플랫폼의 등장은 이러한 현상을 보다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이제 일하는 장소는 문제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자신의 일과 삶의 스타일에 맞게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조합하는 방식은 이제 자연스럽다. 실제로 코로나 감염병 거리두기 해제가 됐지만 오피스와 원격근무를 조합한 근무형태를 취하는 기업은 70%에 달한다. 하이브리드나 원격근무가 늘다 보니 일을 하는 데 있어 리더의 지시보다 자기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상황이 늘고 있다. 여기에 데이터와 테크놀로지의 활용이 손쉬워지면서 일하는 방식 전반에 걸쳐 구성원의 자기 결정권이 확대된 모습이다.

미래 준비를 위한 HR 변화 방향

새로운 일과 일하는 방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HR의 혁신은 불가피하다. 회사와 구성원 간의 관계, HR 우선순위 등에 있어 관점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우선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전통적 고용구조에 다변화가 필요하다. 일의 파편화와 융합화가 일어나는 불확실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면 기존 고용의 틀로는 한계가 있다. 조직 내외 경계를 넘어 그때그때 필요한 인재를 최적으로 조합하는 온디맨드(on-demand) 인력 소싱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대다수 기업이 초점을 둔 고용대상이 대학졸업자나 경력자 등이었다. 앞으로는 여기에 더해 퇴직자와 긱워커, 기계 등 그 대상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처우 기준 역시 근무 속성에 따른 맞춤화가 필요하다. 앞으로의 인력운영 방식은 매우 다양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부서에 소속되지 않고 사내 Pool로서 인력 공유하기, 하나의 직무에 배치되지만 근무 시간 중 일부는 다른 포지션을 겸직하기, 포스팅을 통해 타 부서 프로젝트 병행하기, 정규직과 동일하나 업무의 시/공간을 특정하여 근무하기 등이 그 예다. 이런 다양한 근무형태에 대비하여 고용 기간과 처우를 맞춤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구성원별 맞춤형 HR 시스템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구성원들이 회사 생활을 하는 목적과 일하는 방식은 제각각으로 펼쳐질 것이다. 이들은 공통의 틀에 맞추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다양한 구성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One size fits all 접근에 한계가 있다. 앞으로의 구성원들은 회사보다는 자신의 경력이 우선이다. 본인만의 차별화된 경력목표와 일하는 이유가 있다. 이런 이유로 본인의 상황에 맞춘 업무시간과 공간, 업무환경에 대한 선호가 제각각이다. 이들은 공통의 HR 시스템에 나를 맞추는 방식을 불공정하다고 인식한다.

세대, 하는 일, 성격 등에 따라 구성원 제각각 동기부여 요소와 고충이 다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구성원’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살피는 일이다. 기존에는 구성원 욕망의 경로가 Outside-in 형태였다. 회사가 설정해 놓은 제도와 정책에 의해 욕망이 외부에서 주입되었다. 예를 들어 경력성장 목표를 직원 자신의 욕망에 의존하는게 아니라 회사가 설계해 놓은 경력경로를 접하고 나서 자기가 어디로 갈지를 깨닫는 방식이었다. 이런 시절 직원의 욕망은 평균적이었고 수동적이었다. 그래서 직원을 비슷한 한덩어리로 취급했다.

앞으로의 직원 욕망의 경로는 Inside-out으로 변하고 있다.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구성원은 무엇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지 선택하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욕망을 표현하는데도 서슴지 않는다. 구성원은 이제 평균적인 경험보다 자신의 욕망과 가치에 부합하는 경험을 원하게 됐고 비슷한 욕망끼리 모여 힘을 만들기 시작했다. 욕망의 Inside-out은 우리가 과거 보지 못했던 새로운 직원을 등장시킨다. 바로 ‘개인화된 직원’이다. 이렇듯 개인화된 직원의 실체를 살피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의 관점에서 HR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일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어렵다고 현재에 머무를 순 없다. 기존에 해 오던 일과 일하는 방식을 고수하다 보면 어느 순간 미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여러 연구에서는 제시하는 방향성을 살펴보고 새로운 일과 일하는 방식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HR 혁신을 고민할 때다.

저자(들) 소개
김주수

머서코리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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