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체계 개편 결국 변화관리가 관건
13 2월 2023
국내 일부 기업에서는 직급체계 개편 후 구성원들이 불편해하거나 외부 미팅에서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로 다시 회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는 개편된 직급체계보다는 운영과정에서 변화관리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직급체계 개편이라는 큰 산을 넘고서도 과거로 다시 회귀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자주 범하는 실수를 알아보고 해결방안을 고민해보자.
왜 '사-대-과-차-부' 는 조직의 장애요인이 됐나
사-대-과-차-부는 사실 직책, 직급, 직위 의미를 모두 혼용해 담고 있다. ‘과課’, ‘부部’ 와 같은 조직단위에 대응한 직책의 의미도 있고, 급여수준을 결정하는 직급 혹은 세부 직급의 묶음의 단위로 쓰이기도 하며, 조직 내 개인의 위계나 서열을 나타내기도 한다. 작금의 경영환경 변화, 이에 대응한 조직관리 방식의 변화는 직책, 직급, 직위 3가지 측면 모두에서 ‘사-대-과-차-부’가 장애요인이다.
첫째, 국내 다수의 기업들이 팀제로 전환 중이다. 팀제하에선, 더 이상 ‘과’ 도 ‘부’도 없다. 즉 과장도 부장도 직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팀원, 팀장, 부문, 본부, 그룹등의 팀 이상의 상위 조직이 있다면 본부장, 부문장, 그룹장 등이 존재한다. 굳이 존재하지도 않는 직책을 익숙함을 이유로 계속 호칭으로 사용하거나 보상 직급으로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많은 혼란을 야기하며, 무엇보다 관리자의 책임경영, 직원의 전문성과 경력개발에 혼선을 준다. 호칭은 사회적 신분보다도 그 사람이 하는 일의 영역, 그 사람이 맡은 조직관리 권한과 책임의 정도를 나타내 주는 역할이 우선이다. ‘김 부장’이 시사하는 바는 대략 40대 중반~50대 초반이라는 나이 정도나 짐작하게 해 줄뿐, 아무런 정보도 주지 못한다. ‘마케팅기획팀장’이 주는 의미는 마케팅에 전문성을 가지고, 팀을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전문성과 리더십에 관련된 보다 분명한 정보를 제공한다. 서구기업에서의 호칭은 당사자의 이름이나 직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둘째, 국내에서도 근속이나 연공에 근거한 보상에서 역량수준이나 맡은 바 직무에 근거한 보상으로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직무평가나 역량 평가 결과를 근거로 체계적 보상단계Pay Grade, 즉 직급을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직무가치 평가를 근거로 직급을 만들 경우, 직급단계의 수는 기업의 특성과 전략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직급별 호칭을 굳이 부여할 이유가 없다. 역량을 근거로 하는 경우, 선임, 책임, 수석 등의 역량단계를 나타내는 호칭이 적합하다. ‘사-대-과-차-부’는 직무평가나 역량평가의 대응호칭으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셋째, 혁신과 빠른 시장대응을 위해 글로벌 혁신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들도 앞 다퉈 수평적 조직구조로의 전환, 수평적 조직문화 확산에 열중하고 있다. 이미 팀제로 전환한 기업들이 굳이 팀장과 팀원이라는 명확한 2단계의 위계 외에, 직책과 직급과도 연계가 분명치 않은 대리, 과장, 차장과 같은 위계를 팀 내에 두는 것은 ‘신속한 의사결정 및 실행’ ‘팀원 각자의 전문성에 근거한 협업’ 이라는 팀의 근본 취지와 장점을 심각하게 훼손한다.
더구나 여전히 한국 기업에서 직급이란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서 거쳐야 하는 사다리다. 다단계 직급체계가 존재하는 경우 당연히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책임은 분산되거나 불분명해지기 십상이다. 리더가 아래 직원 탓을 하거나, 직원들이 위계 사다리 상사 중의 누군가 한 명 탓을 하는 현상이 다반사다. 더구나 의사결정의 사다리를 오르고 내리다 보면, 원래 “아”라고 했던 것이 마지막 전달지점에서 “어”로 뒤바뀌어 있는 일이 허다하다. 따라서 굳이 영위하는 업종이나 기능이 군대와 같은 엄격한 명령체계가 곧 경쟁력이자 필수요소인 경우가 아니라면 작금의 경영환경, 더구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빠르고 스마트한, 이른바 애자일한 의사결정, 외부와의 자유로운 협업이 핵심성공 요인인 4차 산업 환경에서 굳이 다단계의, 더구나 실제 존재하는 조직단계와도 일치하지않은 직급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 경쟁력 측면에선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업종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글로벌 혁신기업들의 경우 수평적 네트워크형 조직과 적극적 권한위임을 통해 직급이 없어도 조직이 훌륭하게 운영되는 사례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