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스킬 중심 HR rethinking 

23 2월 2023

우리는 직무(Job)가 지배하는 세상에 산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직무라는 이름으로 잘게 나뉘고, 무슨 직무를 수행하느냐에 따라 구성원의 정체성이 정해진다. 맡은 직무에 따라 마주하는 업무환경은 제각각이며, 조직에서 불리는 호칭도 달라진다. 우수한 직원으로 인정받으려면 직무에서 기대되는 성과를 내야 한다. 맡은 직무가 다른 직무에 비해 특별히 어렵거나 중요하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기도 한다.

직무의 중요성은 앞으로도 여전할 것이다. 다만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로 인해업무가 새로워지고, 일하는 방식도바뀌고 있다는 점은 직무 지상주의를 다시바라보게 한다. 일부 조직은 전통적인 직무 중심 인사에서 벗어나고 있다. 애자일 조직으로 전환했거나 프로젝트 중 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기업은 일하는 방식 변화에 맞춰 일을 스킬 단위로 해체 및 재구성하는 데 힘쓴다. 실효적 업무 재정의, 인력배치, 성과평가, 보상 등을 위한 움직임이다.

스킬 기반 HR의 부상

직무 중심 HR에서는 전통적으로 기능이나 업무 프로세스에 따라 직무를 구분한다. 일의 기능이나 절차가 유사하면 하나의 직무로 정의하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직무로 구분하는 식이다. 직무 중심 HR은 시간이 흐르면서 역할을 가미한 인사관리 방식으로 변화했다. 어떤 직무를 담당하는지와 더불어 맡은 일이 가지는 역할의 크기, 즉 성과책임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스킬 기반 인재관리가 주목받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일하는 환경은 지금과는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 사람이 하나의 직무를 오랜 기간 꾸준히 담당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다양한 직무 영역을 넘나들며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방식이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하나의 직무에 국한된 스킬이 아닌 더욱 포괄적인 스킬 클러스터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킬 중심 인력운영 사례

스킬 중심 인력운영 변화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구글은 변화무쌍한 업무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하고자 서비스, 기능, 지역 등이 복잡하게 얽힌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한다. 매트릭스 조직안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구성원들은 수시로 뭉쳤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니 구글 직원들은 하나의 직무에 국한된 업무를 담당하기보다는 여러 서비스나 기능을 광범위하게 넘나든다. 구글은 직무체계를 기능(Function) 별로 분류하고 기능 안에 세부 클래스(Class)를 나눈다. 직원들은 클래스 중 하나를 담당하는데 실제로는 정해진 클래스 내에서만 직무가 부여되지는 않는다. 다양한 기능과 클래스를 넘나드는 횡단적 일을 묶어 직무를 자유롭게 생성하고 부여할 수 있다. 이런 운영방식을 통해 매트릭스 조직과 여러 프로젝트가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기술 변화가 빠른 업무환경에 민첩하게 대응한다.

페이스북은 직군과 유사한 개념의 Fields of Work를 운영한다. 다만 운영방식에 있어 전통적인 직무관리와 차이를 보인다. 한 명의 직원에게 하나의 Field를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라, 담당하는 역할이나 일의 성격에 따라 여러 개의 Field를 해시태그 달 수 있다. 정형화된 직무체계 안에서만 일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담당하는 일에 맞춰 다양한 업무 영역을 태깅(Tagging)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직원이 People Analytics Manager를 맡는다면 #Data&Analytics, #People&Recruiting, #Research 3개의 태그를 붙인다. 실제 직원들이 담당하는 Field가 교차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방식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사례는 일의 정의를 과업이 아니라 스킬 중심으로 바라보는 흐름을 보여준다. 하나의 업무영역에 구성원을 묶어 놓기보다는, 그들이 지닌 스킬을 바탕으로 여러 직무가 교차하는 복합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오늘날의 경영환경에서는 이렇게 스킬을 중심으로 인력운영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데 보다유리하다.

스킬 중심 보상(Pay for skill)

스킬 중심 인력운영의 부상은 지금까지의 HR 전략을 되돌아보게 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펼쳐질 일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기술 변화와 스킬셋(Skill-set) 파악에 주력해야 한다.다음으로 미래에 요구되는 스킬과 현재구성원이 지닌 스킬 사이의 격차(Skill Gap)를 파악하고 이를 줄이는데 힘써야 한다. 최근 많은 기업이 집중하는 리스킬링(Re-Skilling)과 업스킬링(Up-Skilling)도 스킬캡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스킬갭을 메우는 데 있어 직원의 역량을 재편하고 향상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필요한 스킬을 지난 인재를 외부에서 확보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최근 크게 이슈가 된 IT 개발자 몸값전쟁도 스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경영환경 동향이 반영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명확한 전략 없이 무분별한 퍼주기식 접근은 곤란하다. 전체적인 인사 방향성을 흩뜨리고 직원 간의 형평성을 해친다.스킬 중심으로 인사 인프라를 정비하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인사전략과 연계된 보상정책을 가다듬는 작업이 필요하다. IBM의 경우 수요가 있는 스킬에 높은급여를 지급하는 보상정책을 펼친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스킬과 필요하지 않은 스킬이 무엇인지를 구분하고 이를 보상과 연계한다. 필요하지 않은 스킬을 가진 직원의 급여는 인상하지 않는다.쇠퇴하고 있는 스킬을 보유한 인력에게는 떠오르고 있는 스킬을 갖추도록 권유한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회사가 부담하며 과거의 기술에 머물러 있는 인력의 리스킬링을 유도한다. 미래에 필요한 스킬을 보상과 교육훈련에 연계해서 구성원과 기업의 경쟁력을 모두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한국경제에서 소개된 바에 따르면 LG CNS는 직원들의 연봉 인상률을 산정할때 기술역량 레벨을 반영한다. 기술인증시험, 산업역량, 공통역량 등을 종합해 최저 1 레벨부터 최고 5 레벨까지 책정한다. 연봉 인상률은 직급과 무관하며 기술역량 레벨에 따라 달라진다. 1년 차 직원도 연봉이 10% 이상 오를 수 있는 반면, 25년 차 부장의 연봉은 동결될 수 있다. 기업의 유일한 자산은 기술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직무 중심 HR을 지향했고, 성과를 내는 인력에게 보다 높은 보상을 한다는 원칙을 중시했다. 이런 관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업무와 일하는 방식은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다양한 형태가 될 것이다. 새로운 일은 기존에 주목받지 못한 스킬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킬 것이며, 새로운 업무 방식은 양한 스킬이 융합된 역량을 발휘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이제는 시장에서 떠오르는 스킬 확보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상황이다. 그러니 직무 중심 사고에서 벗어난 스킬기반 HR을 고민할 때다.

저자(들) 소개
김주수

머서코리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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